올해 초 등록금 인상을 시작으로 경기가 침체돼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지금 대학가에는 ‘제2의 IMF’가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학기 우리 대학교 통계에 따르면 휴학생이 2007년 1학기 7023명, 2학기 7160명, 2008년 1학기에는 7188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높은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의 학비 걱정을 덜기 위해 휴학이나 군 입대를 선택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학우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민지현(화학ㆍ2) 학우는 “자취를 하고 있는데 월세만큼은 내 돈으로 내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김보연(서양화ㆍ2) 학우는 “용돈과 미술 재료값은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경험쌓기’가 아닌 ‘생계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고금리의 여파로 학자금대출 이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우들은 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디자인대의 한 학우는 “과 특성상 등록금이 비싸고 장학금도 적어 부모님께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생명화학공학부의 한 학우는 “등록금을 스스로 내야하는 상황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해도 마련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학자금대출과 아르바이트 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소비 행태에서도 ‘대학가의 IMF’를 느낄 수 있다. 최근의 대학생들은 예전처럼 과소비에서 벗어나 점차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학교 앞 식당의 물가가 많이 올라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우들도 늘어났다. 김아영(행정학ㆍ3) 학우는 “평소엔 비싸도 밖에서 많이 먹었는데 이번 학기엔 값싼 학생식당을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문성희(생명화학공학부ㆍ2) 학우는 “물가는 상승하고 아르바이트 시급은 정해져 있어 식비, 유흥비, 꾸미는 비용 등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의 수도 감소했다. 여행사 모두투어 신동림씨는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은 지난해보다 감소했고 장소도 비싼 유럽보다 가격이 저렴한 동남아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어학연수도 미국, 캐나다와 같은 물가가 비싼 곳보다는 저렴한 필리핀 및 동남아시아 국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김승석(경제학) 교수는 “IMF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 특히 임금 면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됐다”며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대부분이 비정규직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가에도 그 영향이 이어져 대학사회의 전반 분위기를 침체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기 침체에 가장 민감한 사람 중 한명이 바로 대학생이다. 등록금 마련에 고심하고, 4년을 공부해 졸업해도 취업의 길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학생의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