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시작된지 한 달이 훨씬 넘어섰다. 시작은 실로 미미하였다. 아직 어린 청소년들이 오히려 다수였고 대학생도 시민들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는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나섰고 남녀노소를 막론한 시민들이 더욱 많은 비율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과 시청앞에서 수백명 규모로 시작된 집회가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수십만의 인파가 모이고 있다. 쇠고기협상 반대로 시작된 집회가 이제는 정권의 진퇴를 위협하는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6월 4일 실시된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태는 작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 실패가 중첩되면서 정권문제로까지 커져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사태가 이제는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로 되어 버렸다. 이제 겨우 출발한지 100일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이 사태에 대한 대처에 실패하면 남은 5년 전부를 잃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안그래도 유가급등, 물가급등, 환율급등 등 서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나라의 명운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였고 국민도 그렇게 믿고 2위와 무려 5백만표 차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을 선출해준 것이 바로 6개월 전의 일이었고,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계획한 경제정책을 미쳐 펼쳐보기도 전인 취임 100일도 안된 시점에서 터진 쇠고기사태가 모든 정책의 발목을 잡고 말았으니 말이다. 대통령의 부지런함은 이미 정평이 나있는 터이고 지난 100일간 거의 쉬지않고 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태는 돌이켜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기업의 CEO와도 다르고 서울시장의 자리와도 다른 대단히 중요한 자리라는 점을 간과한 데서 발생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자기 자신만 열심히 일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규모에 있어서나 행위방식에 있어서 회사나 자치단체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장차관이나 실무관리들에게 맡겨놓고 대통령은 그 전체를 조율하고 여야 정치권을 설득하고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야당과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적절한 반응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대통령이 국민 및 야당과의 의사소통에서 실패한 것이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아직까지 국민들은 대통령의 능력 자체를 의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본다. 국민이 잘못 생각할 수도 얼마든지 있지만 대통령은 그것까지도 존중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국민과의 진솔한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정말 중요한 민생문제와 국가의 진로모색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