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팔인입니다. 저희 가족은 히말라야산맥에서 하루 종일 커피를 재배합니다. 하지만 늘 배가 고파요. 저희에게 돌아오는 건 단돈 몇 십원 밖에 없습니다. 이제 커피재배에는 희망이 없어요” 커피를 생산하는 제3세계 국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는 매일 25억잔 넘게 팔리고 이는 세계의 교역물품 중 석유 다음에 해당한다. 특히 많은 대형커피전문점에서 판매되는 4000원이 넘는 가격의 커피는 기호품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커피한잔에 커피 생산농민의 피와 땀이 녹아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비싼 가격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지만 정작 커피를 생산하는 농가에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가 구입하는 커피와 같은 물품은 현지에서 바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중간단계를 거친다. 그로인해 최종소비자가격은 처음 가격보다 크게는 12배까지 치솟는다. 강대국 중간상인들의 이익착취로 생산자농민의 손에는 판매액의 0.5%밖에 쥐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네팔과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이 계속해서 어려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불공정한 상황을 해결하고 생산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FLO(세계공정무역연합회)를 비롯한 공정무역운동이 널리 확산됐다.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생산품을 최소한의 유통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품에 대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해 제3세계 노동자들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진 물품은 제외한다고 해서 ‘아름다운 거래’, ‘윤리적인 소비’라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공정무역을 대표하는 단체로 페어트레이드코리아주식회사와 한국 생협연대가 있다. 모두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물품을 온라인상으로 거래하고 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누구나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으며 한국 생협연대는 일정한 회비를 내고 가입한 조합원이면 거래가 가능하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사장은 “2005년부터 베트남, 타이, 네팔 등을 방문해 공정무역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는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소비자에게는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 공정한 세계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기쁨을 느끼게 만든다”며 “대단한 결단 없이도 대안적 세계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공정무역의 큰 매력”이라며 많은 참여를 바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울산 생협연대에서는 ‘착한 초콜렛주기’운동을 펼쳤다. 초콜렛을 주고받는 단순한 발렌타인데이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불어 사는 공정무역의 의미를 전하기위한 행사였다. 이 운동에 참여한 네이버 아이디 hjkim20030씨는 “현지에서 생산돼 바로 온 것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며 “이번 공정무역거래를 접할 수 있게 기회를 준 한국 생협연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울산생협연대는 “일반적인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공정무역거래를 통해 소비자와 구매자를 동등하게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며 “생산국가에 학교를 지어주는 등 기타기반시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정무역에 울산대학교 학생들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듯 공정무역이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한 생산자의 권리보장 뿐 아니라 판매된 수익으로 생산자의 국가에 학교 등의 기반시설을 설립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정무역품 하나를 구입함으로서 제3세계 국가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소비자의 힘이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