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의 CEO되기>성관계 한번에 인생을 걸 수 있을까? | |||||
| 작성자 | 편** | 작성일 | 2006-12-08 | 조회수 | 3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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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이 되던 6월, 처음으로 성관계를 했다. 과거 연인에게 데이트성폭력을 겪으며 나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겠노라 다짐해오던 상황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나의 의사표시와 배려로 이루어진 첫경험은 성을 꽤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였다. 그 후로 성관계는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생활이 되어 나와 연인과의 진실한 대화의 방법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용감했고 무모했었다. 왜냐하면 첫경험 이후에 6개월 동안 정확히 나의 배란일에 맞춰 성관계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마다 질외사정을 하거나 아예 사정을 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피임 방법이 아니니 임신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때 피임을 꼭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나의 연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지,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니까 하고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은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어딘가에 떼어 놓고 모르는 척 하면서 지낼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잊어버려야지 하고 노력하면 잊혀지는 추억이나 생각도 아니다. 같이 했다 해도 남자친구가 책임 질 수 있는 범위와 내가 책임져야 하는 범위는 엄연히 다른 것이고 그가 나를 책임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나는 콘돔뿐만 아니라 배란주기에 맞춰 아예 섹스자체를 하지 않으며 임신을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피임을 하고 있다. 물론 나도 연인도 피임을 싫어한다. 언제나 연인은 배란일만 아니면 그냥 하거나 질외사정을 하거나 하면 되지 않느냐며 임신을 하면 자기가 책임을 지겠노라 큰 소리를 치면서 콘돔을 씌우는 나에게 저항 아닌 저항을 한다. 나도 이번 한번은 그냥 할까하며 은근슬쩍 생각이 기울지만 그러나 성관계도 피임도 나의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이기에 그에 따르는 일들도 책임지고 싶어 피임을 반드시 한다. 우리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단지 남성중심의 사회, 문화뿐만 아니라 여자인 나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알지 못하는 억압의 틀에서도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로 태어나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하게 길러졌는데 하루아침에 나의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즐겁게 성을 즐기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 주변에도 성관계는 하지만 누가 알까봐 두려워하는 친구들도 있고 성관계 도중에도 임신할까봐 걱정하는 친구들도 많다. 이 사회가 변화하게 되면 자신도 즐겁게 성을 즐길 수 있을 거라며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인 내가 나의 성적 욕구에 대해 자세히 귀 기울이고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행동의 실천을 통한다면 즐겁고 행복하고 신나는 ‘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유달리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성적 호기심도 욕구도 생각도 많았던 나는 지금 내 성적 생활에 90점을 줄 만큼 만족스럽다. 데이트 성폭력을 겪고 성병에 걸린 줄 알고 겁먹고, 임신한 줄 알고 생리할 때까지 가슴 졸였던 과거와 여성 모두가 헤어지길 바란다. 즐겁고 재밌고 신나는 ‘성’ 내가 행복해 지는 ‘성’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그날까지 모두가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부산 성폭력 상담소 글_조다영 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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