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바로보기>술 취해서 그런 거라구요!(?) | |||||
| 작성자 | 문******************** | 작성일 | 2006-04-11 | 조회수 | 3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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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이선배니임~ 우리 회식에서 제 입술에... 아우, 우리 어떡해요 정말~” “술취해서 그런 거라구요!... 이민 갈까봐” 최근 나온 술광고의 한토막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 광고를 보며 재밌다고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뒤틀어 생각해보면 이 광고가 담고 있는 성담론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아니, 술취했으면 다인가? 그럼, 최연희 의원도 용서받아 마땅한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의하지 않은 신체접촉은 엄연히 성폭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데 광고는 이 문제를 ‘한때의 실수’로 단순화시키고 당사자들간의 감정문제로 희화시킬 수 있는 함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직장 선후배’라는 계급관계에서 오는 폭력이라는 점과 머리를 질끈 묶고 커다란 검은 뿔테안경을 낀 ‘못생긴(?)’여성이라는 설정은 ‘30초 예술’ 안에 이 이상의 성적 편견이 더 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정말 심각한 함정은 ‘어떠한 경우에 여성(혹은 남성)은 그런 신체접촉을 은근히 원하고 즐긴다’라는 메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취기도 다 가시지 않은 듯 엉망으로 출근하는 정준호가 한 여성에게 뺨을 얻어맞는 다른 광고는 절반 정도의 후련함과 웃음이라도 주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대중문화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심각한 성의식의 왜곡을 여과 없이 짧은 웃음으로 치환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는 미디어 안에만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사람의 사상과 생활에 둥지를 트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 기름광고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 과자광고 “내껀 촉촉해요” 등으로 성의 상품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고전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늘씬한 여성들이 저마다 섹시한 춤을 선보이고 이를 어줍짢게 흉내내거나 남장을 한 ‘몸매가 그와 다른’ 연예인들은 항상 웃음거리가 된다. 이런 현상은 성형열풍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외모에 따른 또 하나의 계급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힘의 관계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 상실의 문제가 대중문화를 통해 아무렇지 않게 유포되고 있는 현실이 최근의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인해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면수심의 성폭력 사건들과 무관하다고 할 사람 누가 있는가! 허나 최근 대중문화 내부로부터 새로운 성담론에 대한 고민이 나오는 것 같아 반갑다. 성폭력 피해여성의 시선과 ‘제3의 성-아줌마’의 입을 통해 세상을 말하는 작품들, 통통하고 별다른 배경 없는 삼순이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특히나 영화계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코드의 재발견은 가히 폭발적이다. 다만, 단순한 소재도입의 수준을 넘어서 인간 존중과 남녀평등의 새로운 성담론이 모색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그런 좋은 세상이 오면 좀 딱딱하긴 하겠지만 ‘이선배’의 태도도 이렇게 바뀌진 않을까? “과도한 알코올의 섭취로 인해 대뇌 측두엽의 일부가 심하게 손상을 입고 신경세포 사이의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겨 잠시 신체조절능력을 상실했던 것 같습니다. 후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성폭력 재발방지교육 받아야 할까봐.” 김태일 문학예술청년공동체 대학문화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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