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원칙 없는 대학, 가난한 이론만 남아” | |||||
| 작성자 | 김** | 작성일 | 2006-02-15 | 조회수 | 3826 |
|---|---|---|---|---|---|
|
등록금 인상률이 하나, 둘 제시되면서 대학가가 부쩍 시끄럽다. 건국대학교는 촛불시위를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치는 기자회견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별 공동투쟁이 준비되고 있고, 오는 4월에는 전국 3백만 대학생이 함께 하는 교육투쟁도 있을 예정이다. 우리 대학교도 이번만은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특징적인 것은 학내에만 머물던 등록금 투쟁이 사회·정치적인 문제로 이슈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큰 흐름에 비해 각 대학 내 학우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지난해 ‘114억’으로 학내가 떠들썩했던 우리 대학교도 이번해 6.86%의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 학내는 고요하다. 한번쯤 발끈할만한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학교의 변’에도 학우들은 별 반응이 없다. 어째서 학우들은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교육을 추구하는 대학이라면 단연 공공성을 지녀야 하고, 교육의 수요자인 학우들은 이를 사회에 환원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학우들은 경쟁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쟁취하는 사람, 대학은 경쟁을 부추기고 이를 빌미로 대가를 받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매년 등록금이 오르는 것이 학우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학우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수 대학을 먹여 살리며 그 대가로 취업의 길을 열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선택의 자유도 없이 매년 오르는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우들의 본 모습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문제다. 그동안 학우들의 등록금이 대학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이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 아래 대학구조조정이 진행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각 대학교는 경쟁력을 갖춘다는 명목 하에 매년 5%안팎의 등록금을 올려왔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은 어떠한가? 경쟁력이 높아지기는커녕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월적립금을 남기며 ‘부’만 축적하고 있다. 결국, ‘교육’이라는 원칙에서 ‘취업과 경쟁’으로 대학의 근본 자체가 틀어지면서 학우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공무원학원 수강증’만 가지고 대학을 졸업해야하는 상황이다. 지율스님의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원칙을 버릴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가난한 이론들뿐이다.” 공익과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한 이 사회에 던지는 그의 말이 필자는 오늘따라 더 슬프게 들린다. 천성산을 바라보며, 적당한 타협이 능력이 되고 윤리가 되어버린 이 사회를 그는 ‘원칙이 없는 사회’라 표현했다. ‘원칙이 없는 사회’안에는 ‘인간의 존엄성’도 ‘공동체적 가치관’도 없다. 교육의 원칙을 버린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기업화 된 대학 안에는 ‘학우’도 ‘교육의 목적’도 없다. 오직 개인의 능력과 평가만 있을 뿐이다. 학우들이 진리를 깨우치고, 공익을 위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대학의 근본부터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다. ‘원칙이 살아난 대학’에서만 학우들도 ‘납세의 의무자’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다시 설 수 있다. 김혜민 편집국장 (법학·2) |
|||||
-
다음글
- 무거만평 38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