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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능부정사건
작성자 울**** 작성일 2004-12-10 조회수 2769

  휴대폰을 이용한 대입수능시험 집단 부정사건은 우리 교육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착잡하다. 이는 단지 입시에 발목 잡힌 중등교육의 파행뿐만 아니라 대학 인성교육의 실패까지를 함축한다.

  교육계의 수장들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였지만 그들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수능시험의 조직적인 부정행위는 그 동안 우리가 마지막까지 존중해 왔던 최고가치의 몰락을 의미한다. 

  온갖 유형의 기만과 사술, 부정과 부패 앞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사회적 신분 여하를 불문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등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공정한 입시제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생각들이 악마화되면서 오늘의 수능부정사건이 터지게 된 것이다.


  잘못된 입시관행으로 교육의 본질적 의미가 변질되고 훼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내신성적을 부풀려서 변별이 불가능한 입시자료를 제출하는가 하면, 교육부조차도 교육방송을 수능시험을 위한 문제풀이 방송으로 전락시킨 해프닝이 벌어졌다. 학생이나 학부모나 학교나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까지도 하나같이 시험문제 푸는 요령을 가르치고 터득하는데 명운을 걸었으니 어찌 오늘과 같은 사태가 우연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부정사건을 사전에 인지한 관계 기관들의 미온적인 태도도 이 사건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휴대폰을 이용한 수능부정이 전에도 있었고, 전국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광주에서만 사건화된 것은 그 지역 경찰만이 이 사건에 대한 첩보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일선 학교나 교육청 등에서는 홈페이지에 올려진 제보내용들조차 무시하고 삭제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수능부정사건은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도덕과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도록 만들었던 우리의 잘못된 교육에서 빚어졌다. 학생들의 사고능력과 정서함양을 위하여 설립된 교육방송은 한갓 문제풀이 방송으로 전락하였고, 이번 수능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런 것이 교육기관의 본령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능부정사건은 사필귀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성교육의 몰락은 대학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철학, 종교, 역사, 문학, 심리학 등 학생들의 세계관 및 인생관 형성에 기본이 되어야 할 교양과목들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갈수록 흥미 위주의 천박한 잡학들로 대체되고 있다. 공학인증제를 위하여 도입한 공학윤리 과목도 어렵다는 이유로 폐강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인성과목의 필수화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사설은 우리 대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사설 위원회의 글로 이루어집니다.